OTT는 Over-The-Top의 약자이다.
TV같은 전통 미디어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디어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적진을 무찌르고 적군의 시체 더미를 밟고 올라가, 깃발을 꽂으며 “Over The Top”을 외쳤다는 유례가 있다. 잔인함과 어두운 배경에서 나온 단어가 고유명사로 쓰인다는 것은 짓밟고 오르지 못하면 시체 더미 중 하나가 된다는 무서운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따라서 OTT는 혁신적이며 신속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배포된 지 채 십 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콘텐츠 기업인 워너 브라더스를 인수할 예정임이 발표되었다. 기술적 혁신으로 정상에 오른 넷플릭스가 콘텐츠 정상에 있는 할리우드 콘텐츠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균형을 맞춰 모든 OTT의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의 관점으로 보면 넷플릭스의 행보는 이상할 게 없어 보이지만, 경쟁력있는 요인을 더 극대화시키는 데 치중하는 해외 관점에서는 조금 의아한 선택이다. 더구나 WBC (워너브라더스)인수에 클라우드 기업인 오라클의 자본이 들어갔다는 점은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플릭스의 초기 기술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였다. 이후 이용자들의 콘텐츠 사용 내역을 하나하나 잘라내어 데이터로 만든 뒤 가장 많이 본 장면을 골라내어 모아 만든 드라마가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이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데이터 분석으로 만들어낸 콘텐츠에서 잘 만드는 제작사와 작가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넷플릭스의 기술이 추천 알고리즘 이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는 것도 ‘인기있는 콘텐츠 확보’가 이용자를 유지할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국내 OTT는 기술보다는 입지력에 초점을 두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살아 남은 국내 OTT 중 콘텐츠 저장 공간으로 쓰는 아카이브용이 아닌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곳이 있는가? 이것이 국내 OTT가 잠식될 미래를 맞이하게 될 이유이다. 기술력 대신 운영으로 해나가는 OTT가 혁신적이고 속도에 민감한 미디어라 할 수 있는가.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도래 할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다. 그들은 어떤 장면에서 폭파음과 광선이 필요하며, 배우들의 연기와 분위기를 데이터로 만들어 학습시킬 필요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과두 되는 오늘 날에는 영화나 드라마 만한 좋은 학습자료는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은 왜 굳이 콘텐츠사를 인수하면서까지 AI 학습에 투자를 하느냐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선호하는 대중적인 콘텐츠가 돈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계약된 콘텐츠로 권한 문제가 엮여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대중적인 콘텐츠가 수요가 있을 것인가. 이것은 이제 콘텐츠 관점으로 넘겨보아야 할 문제이다. ‘대중적’인 것은 무난하나, 인간의 기억에 계속 쌓이다보면 식상함으로 자리잡게 된다. 언젠가는 수요가 떨어질 문제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때 가서 마이너한 콘텐츠 데이터로 만들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동안 마이너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일 것이며, 이들은 어떻게 존재해나갈 것이지도 추후 생각해볼 문제이다.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를 데이터로 만들어 대체가 되겠냐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넷플릭스가 Over The Top한 마당에 전통 미디어는 모두 기술로 바꿔 버리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한 이 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유무로 기득권 싸움을 하는 게 이미 넷플릭스에게 올라 갈 계단 역할을 자청하는 게 아닐까.
국내 OTT는 데이터 분석가가 운영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를 따라 데이터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 넷플릭스의 행보를 쫓겠다고 어설프게 껍데기만 베끼는 행위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에 걸맞는 OTT, 기술적 혁신으로 방송을 잡을만한 것은 무엇인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더는 우리만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된다.
